DIARY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 민지형

혀내 2023. 6. 25. 14:19
반응형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방금 읽은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저께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도 쉽게 잊어버리고 만다. 이 망각에 맞서기 위해 인간은 글과 그림으로 경험을 기록하고, 반복적으로 같은 행동을 이행한다. 이렇듯 망각은 인간에게 불편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간혹 책이나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망각은 인간에게 허락된 축복이다.'라는 구절처럼 몇몇은 망각을 축복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속담처럼 시간이 흐를 수록, 과거에 느꼈던 슬픔과 고통을 서서히 망각하기 때문이다.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리사'는 그녀의 아버지가 회장인 거대 기업에서 이사 직을 맡아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라는 혁신적인 VR 기기를 출시한다.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라는 VR 기기를 장착하면, 이 VR 기기가 장착한 사람이 보고싶은 과거의 기억을 보여준다. 그 분위기와 오감, 심지어 그 때 느꼈던 감정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한편, 또 다른 주인공으로 부잣집 가정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재이'가 있다. 재이가 일하는 집의 사장님은 리사가 등장한 TV 광고를 보고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를 구매해 매일 그의 방에 박혀 즐거운 기억을 헤멘다. 사장님의 아내인 사모님은 그가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를 구매했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사장님이 멀리 장기 출장을 갔고 그가 없는 동안 사모님은 그의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를 사용해 사모님의 기억을 훑어본다. 그리고 사장님이 출장에서 돌아왔을 때, 그를 살해하고 도주한다.

 

 사장님과 사모님의 삶을 엿보는 것이 취미였던 '재이'는 살인 사건을 직접 목격하고, 이 사건의 핵심 단서인 부잣집의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를 들고 도망간다. 이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라이프 랜드스케이프'의 부작용으로 사람이 횡포해진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리사는 아버지로부터 재이를 붙잡아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를 가져올 것을 명령받고, 그렇게 리사와 재이의 추격전이 시작된다.

 

 

 직접 인생의 나쁜 기억들을 삭제해 좋은 기억들만 갖고 있는 리사, 그리고 가난하고 불우한 일생에 좋은 기억이란 단 하나도 없는 재이의 대화 과정이 가장 인상깊었다. 사람들이 행복했던 기억들을 되돌아보며 다시 그 때의 행복을 느끼길 원했던 리사의 바람과 달리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를 장착한 사람들 중 일부는 과거의 매우 고통스러운 기억을 돌아보고는 했다. 이로 인해 '라이프 랜드스케이프'의 부작용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려고 하자 리사는 그런 사람들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며 그들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아예 그들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 한다. '리사'는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이 책의 제목처럼 망각을 통해 사람들에게 축복을 주려고 했다. 경악을 금치 못한 '재이'는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며 '리사'의 행동을 말리지만 결국 둘의 의견은 하나로 통일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고통을 느끼는 누군가에게 '그냥 잊자. 시간이 약이야.'라고 전하는 말은 위로가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을 더 나약하게 만드는 메시지가 아닌지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고통을 망각하는 것으로 무지를 통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 고통스러운 상황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고통을 기억하고 의지를 이어가야만 한다고 전달한다.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 YES24

다음 기억으로 넘어간다.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낯익은 거실, 셔츠를 입은 중년 남자 C. 모든 것이 똑같다. 리사는 그것이 조금 전에 봤던 것과 같은 기억이라는 사실을 눈치챈다. 뭔가 이상하다

www.yes24.com

 

반응형